소설, 에세이, 논픽션을 오가며 새로운 사회와 사상에 대한 상상력을 집필의 원동력으로 삼았던 장강명 소설가가 이번에는 자신이 살고 싶은 동네에 대해 썼다. 55번째 아무튼 시리즈 <아무튼, 현수동>에서 장강명 작가가 던지는 질문은 이것이다. “당신의 동네를 좋아하고 있습니까?” “당신은 어떤 동네에서 살고 싶나요?”
늘 생각하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은 없는 질문이다. 보통 교통이 편하고 교육 여건이 좋은 이른바 ‘비싼’ 동네가 살기 좋은 동네로 여겨지는 것이 현실이다. 어쩌면 집세 시세에 따라 보따리를 쌌다 풀었다 하는 현대인에게 ‘내 동네’, ‘우리 동네’라는 마음을 품는 일 자체가 애당초 어색한 일일지도 모른다.
“현수동이라는 동네는 실존하지 않는다”라는 첫 문장의 당황스러움에 이어, ‘어떻게 작가는 존재하지 않는 동네를 애호한다는 것일까’ 의문이 떠오른다. 사실 장강명 작가는 ‘현수동’에 대해 오래 생각해왔다. 다시 말해, 상상했다. 작품에도 자주 현수동을 출연시켰다. 아예 제목에 현수동이 들어가 있기도 하고 현수동에 사는 청년이 주인공인 소설을 쓰는가 하면 작품 속 가상의 소설 제목에 현수동을 넣기도 했다.
작가는 현수동에 대해 생각할 때마다 점점 더 그 상상에 빠져들고, 마침내 현수동을 사랑하게 되었다. 장강명 작가는 이 작은 책에서 도시공학자와 향토사학자와 인문주의자, 무엇보다 이야기 수집가의 옷을 부지런히 갈아입으면서 꿈과 가능성으로서의 동네를 현수동이라는 이름으로 차근차근 펼쳐 보인다.
전망이 좋고, 아름다운 자연이 근처에 있고, 산책로가 있고, 자전거를 타기 좋고, 개들과 개들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고, 도서관이 있는 마을. 현수동이 아니더라도 현수동을 닮은, 거기에 역사와 설화까지 있으면 금상첨화인, 그런 동네에서 살고 싶다. 그런 동네의 일부가 되고 싶다. (p. 150)
게임에 서툰 사람이 쓴 현수동의 도서관 이라는 챕터가 가장 좋았다! 전체적으로 읽으면서 더더더더더더 좋아하게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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