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민과 분노, 그리고 애틋한 따스함이 녹아 있는, 생명을 구원하기 위해 집필된 책. 그저 앞부분 몇 장만 읽어도 정신 질환 기록의 정수라 할 만하다. 하지만 이 책의 진정한 가치는 더 깊은 곳에 있다. 철저한 연구와 섬세한 주석, 풍부한 배경 자료가 학문적 깜냥과 인간적 공감을 동시에 잡아낸다. 글줄기마다 스며드는 용기와 힘은 국경을 초월해 전 세계 여성들의 영혼을 하나로 어루만진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마치 《홍루몽》의 유뢰뢰가 대관원에 첫발을 내딛는 듯했다. 문짝 하나씩 열어갈 때마다 작가의 투지와 신념이 환하게 드러나더니, 눈부신 깨달음이 연거푸 찾아와 정신이 번쩍번쩍 들 정도였다.
※ 유뢰뢰(刘姥姥): 중국 고전 《홍루몽》의 조연으로, 화려한 대관원(大观园)에 처음 들어가 모든 것이 신기해하는 인물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