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즈덤하우스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단편소설 시리즈 ‘위픽(WEFIC)’이 세상을 향해 그 첫발을 내딛는다. 첫 번째 주인공은 구병모 작가다. <파쇄>는 그녀의 대표작 <파과>의 외전으로, ‘조각’이라는 인물이 어떻게 킬러가 되었는지 그 시작을 그린 소설이다. 혹독한 훈련을 통해 타인을 부숴버리는 방법을 터득함으로써 결국 자신의 삶도 산산조각 나기를 선택한 조각의 탄생기가 구병모 작가의 압도적인 문장으로 생생히 되살아난다.
Gu Byeong-mo is a South Korean writer. She made her literary debut in 2009 when her novel Wizard Bakery won the 2nd Changbi Prize for Young Adult Fiction. Her 2015 short story collection Geugeosi namaneun anigireul received the Today's Writer Award and Hwang Sun-won New Writers' Award.
“그의 말이 공이가 되어 뇌관을 때리는 바람에 그녀는 끝내 통곡하고 만다. 몸 안에서 이제 막 펼쳐진 깃발이 구조 요청이나 항복 선언처럼 나부낀다. 앞으로 수많은 시체의 산을 쌓아나갈 손, 자르고 찌르고 태워버릴 불모의 손, 과녁 아닌 생명을 쏘고 나서야 약탈과 섬멸의 언어로밖에 표현할 길 없는 삶을 시작했음을 알게 되고 지나온 보통의 시간과 평생을 걸쳐 이별하게 되리라는 예감, 높은 확률로 예정된 자기 침몰의 방식,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언가를 죽임으로써 무릎 아래 깔린 사람을 살려낸 손이라는 총체적 아이러니가 콧속을 시큰하게 찔러오다 뒤흔든다.”
짧지만 『파과』에 이어, 류와 조각의 서사가 잘 그려지는 책이었다. 『파과』 이전에 그 둘이 서로 무엇을 나눴는지, 그리고 『파쇄』와 『파과』 사이 시간에 무엇을 나눴을지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 그것이 감정이든, 함께한 이들과의 기억이든, 킬러로서의 동질감이든, 혹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든… 류의 반존대에 치여 평점이 오른 건 안 비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