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직 1/3도 채 읽지 못했지만 서평부터 쓰는 것은 초반, 아니 읽기 전부터 너무도 감화가 깊었기 때문이다. 여느 때와 같이, 지은이는 어떤 사람인가해서 겉표지에 있는 프로필 글을 읽었는데 어라 박 노 자 이 사 람 외 국 인 이 었 네 ? - ㅁ - ! (지금은 귀화하셨지만)
박노자라는 이름은 이래저래 매스컴에서 종종 봐왔던터라, 낯설지도 않았을 뿐더러 사민주의에 관한 박노자씨의 글도 마침 미니홈피에 퍼 놓고 읽고 있었는데, 당연히! 토종 한국인일거라 생각했던 것은 나의 크나큰 오산이었다. 충격을 받고 나는 '번역○○○'이라고 쓰여져 있는 글귀가 어딘가에 필시 있을거라고 책의 위아래 속과겉을 샅샅이 허둥지둥거리며 찾아보았으나 그러한 흔적을 전-혀 찾을 수 없었던 내게 제일먼저 찾아 온 감정은 일종의 허탈감. 이게 과연, 귀화한 외국인이 쓴 글이라고 할 수 있단 말인가?
글을 읽는 것과 쓰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이다. 토플에서 리딩콤프리헨숀은 웬만큼 최상위권 점수를 따는 나도, 글쓰기에는 완전 젬병인걸. 그런데 이 사람은, 내가 읽기에도 벅찬 글을 술술술 써 내려가며 책 한 권을 이뤘더라. 게다가 이 사람은, 이미 한국적 세파에 길들여진 우리의 눈으로서는 감히 상상하기 힘든 관점을 가지고 있다.
오랜만에 책꽂이 정리를 하면서 발견한 책 치고는 너무도 큰 수확이다.
1학년 때 진수선배가 선물해줬던 책이었는데, 포장지를 보니 '그날'에서 구입한 책임이 틀림없다. 책의 간지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적혀 있었다.
은정! 버럭!
항상 고민하는 모습 보기 좋다. 크-!
그 고민의 결론이 은정이를 좀 더 완성시켜주기를!
그리고 이 책이 그 결론을 내는데 도움이 되기를!
"자신의 주위를 고민할 줄 아는 지식인"
2004. 진수.
진심어린 이 말 한 번도 전해드리지 못했지만, 고맙습니다, 선배.
-- 2008.01.04 1109
2.
첫째.
과연 우리가 살고 있는 오늘은 얼마나 자유로운가.
마치 대부분의 국민들이 대선에서 12명의 후보 중에 빅쓰리에만 관심이 있고 또한 그들에 대해서 알기만 하고 또한 그들 셋 중 하나 중에서 고민을 하는 것과 같이, 책 하나를 고를 때도 대부분의 우리는 베스트셀러에 대해서 알기만 하고 그들 중에서 고민을 한다. 우리에게는 사실상, 자유란 없는 것이다. 그 큰 정보의 홍수 속이라지만 정작 우리는 자본이라는 바리케이트 속에서 과연 얼마나 능동적으로 선택을 할 기회가 주어질까. 우리는 과연, 이성에 따라, 최적의 '합리적 선택'을 하며 살아가고 있을까.
둘째.
나는 과연 어떠한 역할을 하며 살아가야 하는가. 개인적으로 혹은 국가의 일원으로 혹은 세계의 시민으로. 내가 정말 삶의 목표로 삼아야할 것은 무엇인가? 지식인으로서의 '책무'라는 것은 존재하는가. 그렇지 않다면, 나는 그저 내가 원하는, 내가 소시민적으로 꿈꾸는 그 어떤 이상을 위해, 다만 나 자신만을 위해 살아가도 족한 것인가. '나'의 행복인가, '우리'의 행복인가.
2008.01.15 21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