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신경숙이 6년이라는 오랜 공백을 깨고 다섯 번째 장편소설 <리진>을 발표했다. 이 작품은 '조선에 처음으로 파견된 불란서 외교관이 조선의 궁중 무희에게 첫눈에 반해 그녀와 함께 파리로 건너갔다'는 기록에서 출발한다. 작가 신경숙은 특유의 섬세하고 울림이 큰 문체에 부피있는 서사를 접목시켜, 역사의 격류에 휩쓸린 한 여성의 운명과 사랑을 그려냈다.
아기 나인으로 궁에 들어간 리진은, 갓 태어난 공주를 잃은 왕비 명성황후의 눈에 띄어 각별한 사랑을 받게 된다. 궁중의 무희로, 황후를 가까이에서 보필하는 궁녀로 아름답게 성장한 리진. 조선의 초대 대리공사로 파견된 콜랭 드 플랑시는 그녀의 고혹적인 모습을 보고 첫눈에 반해 연정을 품는다.
결국 리진과 함께 프랑스로 가게 된 콜랭은 리진이 서양 문화를 익혀 파리의 귀족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다방면의 개인교사를 붙여준다. 아름답고 우아하며 재능 또한 뛰어났던 리진은 사교계의 꽃으로 주목받으며 모파상을 비롯한 파리의 문화 예술계 인물들과 교유한다. 그러나 먼 이국 땅, 이방인으로서의 하루하루는 그녀의 영혼을 점차 갉아먹기 시작하는데...
19세기 말 조선의 궁정에서 프랑스 파리의 샹젤리제에 이르는 광대한 스케일의 여정을 따라가는 이야기 속에, 밑바닥 서민층에서 귀족과 왕족, 상인과 지식인에 이르기까지 당대의 다양한 인간군상이 등장한다. 책으로 출간되기 전, '푸른 눈물'이란 제목으로 일간지에 연재된 바 있다.
Kyung-Sook Shin is a South Korean writer. She is the first South Korean and first woman to win the Man Asian Literary Prize in 2012 for 'Please Look After Mom'.
While the setting of the story is interesting, I have trouble finding any empathy for the main heroin who is just so attractive and catches hearts and eyes of everyone she encounter.
주말 내내 이 책을 손에 쥐고 있었습니다. 술술 잘 넘어가는 장면들, 내 마음을 감동시키는 리진이라는 한 여자의 삶, 그리고 격동기의 한국 근대사의 아픔 속으로 이 소설은 저를 몰아넣었습니다. 신경숙 작가 특유의 아름다운 문장들은 한국어가 얼마나 풍부한 표현을 가지고 있는지 다시금 놀랍게 했습니다. 그녀는 글쓰기가 누군가를 잊기 위한 마지막 보루와 같은 행위라고 말했습니다. 글을 통해 잊을 수 있다고 했지만, 그녀 역시 잊어버린다고 생각한 일들이 파도처럼 밀려오는 밤들이 점점 늘어난다고 고백 했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리진과 왕비의 비운의 삶을 생각하면서 먹먹한 마음을 달래줄 길이 없어서 이렇게 몇 글자 적어보았습니다.
리진, 은방울, 서나인, 파랑새 등 그녀는 부르는 사람에 따라 이름이 달라졌습니다. 그녀의 정체성은 주변 사람에 따라 변화했습니다. 그녀에게 "너는 누구인가?"라고 물었을 때, 그녀의 대답은 "모르겠습니다." 얼마나 솔직한 답입니까! 우리는 스스로를 잘 안다고 착각할 수 있지만, 정말 그럴까요? 리진을 사랑한 사람들은 그녀를 꽃과 같고 구름과 같으며, 춤을 출 때는 나비와 같고, 구름과 같다고 표현했습니다.
그녀는 부모없는 고아였고, 궁으로 들어가 아름다운 무희가 되었습니다. 그녀의 삶은 외로움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녀는 왕비가 원했던 대로 새로운 세상에 나가서 자신의 족쇄를 풀고 많은 것을 배우고 익혔습니다. 하지만 그녀를 에워싸고 있는 것들을 깨뜨리고 나오는 데는 두려움과 고통이 따랐습니다. 리진은 파리라는 세계 속에서 혼자만의 고독을 느꼈습니다. 그녀의 가슴속에는 절망이, 검은 눈동자에는 우수가 실렸습니다.
조선시대 궁녀임에도 불구하고 프랑스까지 갈 수 있었던 것은 물론 그녀의 미모가 콜랭을 사로잡은 부분도 있지만, 결국엔 그녀의 인터랙션 덕분이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불어를 공부하고, 많은 책을 접하게 된 것은 그녀에게 기존의 세상에 대해 저항할 수 있는 힘을 공급 해주었습니다. 나중에 그녀는 조선의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치고 싶어하는 꿈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잠시나마 그녀가 새로움을 배우는 아이를 바라보는 일은 전에 심었던 백합에서 새순이 올라온 것을 처음 발견할 때와 같이 즐거운 일이라고 그녀는 회상했습니다.
당시 조선은 외세와의 균형 유지에 대한 복잡한 갈등 속에 있었습니다. 러시아는 남쪽 항구 획득을 위해 움직이고 있었으며, 영국은 러시아의 남진 정책을 막으려고 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청국은 이미 임오군란을 빌미로 기득권을 확보하고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일본은 힘 없는 조선을 잡아먹었습니다. 그 당시의 현실은 파리에서 느낀 것과 마찬가지로, 힘이 있는 자들이 비너스와 스핑크스를 소유하고 있었습니다.
그녀를 사랑한 남자들: 콜랭: 조선의 초대 프랑스 공사로서 그녀에게 매혹되었습니다. 그녀를 처음 궁에서 만난 순간부터 리진은 그의 기억 속에 영원히 남았습니다. 콜랭은 그녀에게 빠지고, 둘은 파리로 떠났지만, 결국엔 그는 자신의 욕망을 선택하기 위해 그녀를 버렸습니다. 강연: 고아 출신으로 리진과 남매처럼 성장하며 그녀의 곁을 지켰던 실어증의 악사입니다. 강연은 일편단심으로 그녀를 사랑했으며, 마지막에는 얼어죽은 그의 순수한 사랑이 제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홍종우: 김옥규의 암살범이자 한말의 정객으로 프랑스 유학 생활을 하며 리진을 사랑했지만 결국 강연을 쫓아내는 역할을 하였습니다. 왕: 궁녀는 왕의 여자라 그녀를 소유할 권리를 가지고 있었지만, 왕은 왕비의 선택을 존중하고 리진을 프랑스로 보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의 초점은 남녀 사랑이 아닌, 리진을 딸처럼 아끼던 비운의 명성황후의 이야기에 있습니다. 왕비는 리진의 어머니 같은 존재로서 그녀가 프랑스에 갈때 자신이 끼고 있던 백통가락지도 빼 주었습니다. 리진이 개화된 세상으로 나가는 모습에 왕비는 부러움을 느끼며, 리진의 편지를 기다렸습니다. 리진은 프랑스에 와서도 왕비를 향한 그리움을 수 없이 표현 했습니다. 그녀는 프랑스어를 유창하게 구사하여 파리에서도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있었지만 결국 조선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녀는 왕비의 죽음을 목도하고 증언하며 또한 죽은 왕비 앞에서 애틋한 마음으로 스스로의 마지막을 결정했습니다. 이 책은 지나간 시간 속에 잠들어 있던 사람들의 슬픈 운명과 시들어 가는 한 왕조를 배경으로 그 시대를 살아간 두 여인의 파란만장했던 역사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실제와 가상의 사건들이 복합체를 이루어 내면서, 여자의 인생이 시대에 의해 불행하며 허망히 끝날수있다는것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리진은 그 상황에서도 나름대로의 삶을 꾸려냈고, 바다 건너 세상도 경험했으며 세 남자의 사랑도 받았습니다
기드 모파상의 1883년 명작인 “여자의 일생”에서도 서술되듯이 여자로 태어난 것은 괴로움일지도 모르지만, 인생이란 생각보다 좋은것도 나쁜것도 아닐 수 있다는게 인간 이야기들의 결말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This entire review has been hidden because of spoil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