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집 『저주토끼』 ‘작가의 말’에서 작가는 “쓸쓸하고 외로운 방식을 통해서, 낯설고 사나운 세상에서 혼자 제각각 고군분투하는 쓸쓸하고 외로운 독자에게 위안이 되고 싶었다. 그것이 조그만 희망이다”라고 썼다. 이것이 소설가 정보라가 소설을 쓰는 마음의 시작이라면, 『아무튼, 데모』 마지막 장에 쓴 “나는 데모하러 나가서 동지들을 실제로 보면서 실제로 땅을 딛고 같이 행진하는 것을 좋아한다. 글자 그대로 걸을 때마다 조금 더 좋은 세상에 가까이 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는 ‘데모꾼’ 정보라가 데모하러 가는 마음의 시작이다.
Bora Chung has written three novels and three collections of short stories. She has an MA in Russian and East European area studies from Yale University and a PhD in Slavic literature from Indiana University. She currently teaches Russian language and literature and science fiction studies at Yonsei University and translates modern literary works from Russian and Polish into Korean.
시국이 시국인지라 도서관에서 보자마자 빌려와서 읽었는데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내가 해봤자 무슨 도움이 되겠어라고 생각하며 살지만 그렇지 않다는 걸 속으론 알고 있다. 정보라 작가님의 경험을 읽다 보니 역시 한 사람이라도 무언가 하려고 하면 큰 도움이 되고 그 한 사람이 간접적으로 다른 사람들을 불러올 수 있다는 걸 다시 깨달았다. 그래도 내 생각이 바뀌지 않는 건 아무리 그래봤자 세상은 거의 꿈틀거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몇 년 동안 수백 명이 자꾸 찌르다 보면 살짝 바뀌기도 하지만 바뀌려다가 틀어지기도 하고 바뀔 거라는 약속만 받을 때도 있고. 너무 절망적이다. 나도 희망적인 사람이 되고 싶은데 미국도 시국이 시국인지라... 너무 힘들다. 우리는 이제 남은 생을 매일 두려움에 떨며 살아야 하나? 정의, 평화, 평등, 존엄 같은 가치관은 왜 중요성을 우선순위를 잃고 있는가?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