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첫’, ‘시작’이라는 단어는 늘 사람을 설레게 한다. ‘첫사랑’, ‘첫 출근’, ‘입학 첫날’, … 무언가를 처음 시작하는 것은 묘한 설렘과 함께 긴장과 두려움을 동반한다.첫 시작이 좋으면 왠지 기분이 좋아지고, 끝도 잘 맺을 것 같은 느낌이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첫 시작’에 신경을 쓰는지 모른다.
누구보다도 ‘첫 시작’에 집착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독자들에게 자신이 쓴 이야기를 읽게 만들고 싶은 소설가들이다. 소설가는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을 첫 문장을 쓰기 위해 펜을 집었다놓았다를 수십 번 반복한다. 미닫이문처럼 독자의 마음을 스르르 열릴 수 있게 하기도 하고 또 단번에 시선을 확 사로잡는 폭발력을 갖기도 하는 첫 문장을 쓰기 위해 작가들은 고심한다.그런가 하면 첫 문장 한 줄이 소설 전체의 내용을 암시하기도 한다.
여기 그런 소설가의 의도를 정확히 꿰뚫고 있는 ‘첫 문장 증후군’ 작가가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이상한나라의헌책방’ 주인이자 에세이스트인 윤성근이다. 엄청난 독서량을 자랑하는 저자는‘첫 문장’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의 호기심을 끄는 첫 문장의 조건은 의외로 간단하다. 미스터리한 느낌이 들 것. ‘도대체 그 다음은 어떻게 이어가려고 하는 거지?’라는의문이 생길 정도로 묘한 느낌이면 좋다. 이 기준에 부합하는 저자가 뽑은 첫 문장은 불운의 천재라고 불리는 이상의《날개》 첫 문장인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 이다. 그가추천하는 또 하나의 첫 문장은 《모비 딕》의 “내 이름을 이슈메일라고 해두자.” 이다. 저자는 이 첫 문장을 보고 의문이 들었다. 왜 ‘내 이름은 이슈메일이다’가 아닌 ‘해두자’일까?저자는 자신의 이름을 단정 짓지 않는다. 이슈메일은 비밀을 갖고 있는 사람임에 틀림없다. 저자는 이 첫 문장을 통해 이슈메일에게 호기심을 갖고 이 책을 읽어나가기 시작한다.
저자는 책을 읽는 데 있어서 첫 문장을 가볍게 읽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 책의 저자 윤성근은 소설가가 문장을 쓸 때 치밀하게 계산을 하고, 단어 하나하나도 허투루 쓰지 않는다는 사실을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첫 문장 증후근’인 저자는 작품의 문장 사이마다 심어둔 소설가의 의도를 찾기 위해 퍼즐을 맞추듯 원문도 찾아보고, 소설가의 인생도 찾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