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거칠고 숨가쁘지만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지 미려한 문체로 풀어냄으로써, 많은 사람들에게 삶의 복됨과 희망을 일깨워온 서강대학교 장영희 교수. 그가 2001년부터, 척추암 선고를 받고 치료를 위해 연재를 그만두기까지 3년에 걸쳐 조선일보 북칼럼 「문학의 숲, 고전의 바다」에 게재했던 주옥 같은 글들을 엮었다.
생후 1년 때 앓은 척수성 소아마비로 두 다리를 쓰지 못하는 1급 장애인이며, 두 번에 걸쳐 암선고를 받고 투병해온 사람으로 믿어지지 않을 만큼 그의 글에는 삶에 대한 긍정과 발랄한 유머, 이웃에 대한 사랑이 묻어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은 책을 통해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고 고백하고, 그 문학의 숲을 함께 거닐고, 그 숲의 열매들을 함께 향유하자고 권한다. 세계 석학과 대문호의 어록, 아름다운 싯귀, 소설의 한 장면을 사소한 일상과 버무려 내고 있는 그의 글은 언제든가 한 기자가 밝힌 '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즈의 시 '다름아니라(THIS IS JUST TO SAY)'에 등장하는 아침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몰래 꺼내먹은 얼음상자 속 자두(THE PLUMS IN THE ICEBOX)처럼 너무나 달고 맛났다'는 소회를 떠올리게 한다.
나는 장영희의 '문학의 숲을 거닐다'를 일찌기 사놓고 아껴가며 읽다가 이제는 읽다만 책들을 다 읽어야겠다고 생각한데는 나름 이유가 있다. 가장 좋아하던 책읽기마저 다소 시들해져가는 탓도 있지만 올해 들어 읽은 책의 양을 8월 중순인 날짜대로 나누어보니 결국 하루에 50쪽 정도 밖에 읽지 않은 것에 충격을 받아 한글로라도 좀 읽어야겠다고 생각했기에 읽던 책들부터 끝내고자 했다. 그렇게 되면 책을 읽은 분량이 그토록 적지는 않을 터이니. 이는 어린애같은 치기 어린 생각이지만 아무튼...
장영희 책은 다 좋다. 정말 좋아도 너무 좋다. 감동이 있거나 말의 묘미가 있거나. 책 말미에 붙인 서강대학 이태동 교수의 말대로 장애를 가졌던 탓에 더 많은 책을 접하며 강한 상상력을 길러냈을지도 모르지만 장영희 글에는 힘이 있고 애정이 있고 겸허함이 묻어난다. 인생에 대한 뜨거운 열정. 장영희는 문학에서 배운다고 했는데 문학은 허구인데 무엇하러 시간낭비하며 읽느냐는 우리 남편 같은 사람도 있는 참에 문학작품을 진지하게 인생의 좌표로 삼고 감동을 받아 장영희는 자신을 채찍질하는 데 쓴다고 하니 그도 놀랄 일이다. 누구나 영향을 받겠지만... 장영희가 문학을 대하는 태도는 너무나 진지하다. 한 때 곁에 가까이 있었을 때는 장영희를 좋아만 했지 문학적 자질을 못 알아본 것이 못내 아쉽다.
이과를 전공한 친구 하나는, 말에서는 감동을 못 받는다고... 장영희 책이 뭐가 좋으냐고 하는 사람도 있으니 인생에서 무엇을 추구하며 사느냐에 따라 (실리적인 것만을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면 할 말이 없다) 문학을 보는 마음도 장영희의 책을 읽는 마음도 다 다를 것이다. 장영희가 나에게 어떻게 비추어지느냐하는 것은 내가 어떤 거울을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 다를 것이다. 나는 문학과 장영희의 글을 다 사랑하기에 이 책을 강력 추천하지만...
이 싸이트에 실린 '문학의 숲을 거닐다'를 소개한 글을 보니 아주 잘 썼다. 그 이상의 소개글도 없을 것 같으니 읽어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