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가옥 쇼-트 32권. 김진영 소설. 부모가 여덟 살 딸아이의 유괴를 방조하려 하는 충격적인 장면으로 시작되는 『괴물, 용혜』는, 반듯해 보이는 경찰 용혜의 온몸을 뒤덮고 있는 붉은 반점과 그의 기이한 식성을 알리면서 이어질 내용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금기를 넘는 설정과 자극적인 전개가 부담스럽지 않게 전달되는 까닭이다. 예리한 심리 묘사가 입체적인 인물들을 선명하게 소개하고, 층층이 겹쳐진 미스터리 구조가 시종일관 짜릿한 긴장감을 만들어 낸다. 흥미로운 복잡성을 지닌 이 작품은 ‘괴물과 인간의 차이는 무엇일까?’라는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된다. 이야기의 방향성이 분명하기에 장면마다 힘이 실린다.
영화감독이기도 한 김진영 작가는 인물의 특징이 분명히 드러나는 개성적인 대사, 소품 하나에도 현장감을 부여하는 공간 묘사를 통해 『괴물, 용혜』의 세계를 높은 해상도로 펼쳐 보인다. 카메라와 거울 사이를 오가는 시선으로 인간의 죄의식과 폭력성을 드러내는 장면은, 영상을 깊이 이해하는 작가의 글이 얼마나 매혹적일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명장면이다.
고통을 감수하고 어우러져 산다는 것, 그것이 용혜를 인간으로 만드는 것 중 하나 아닐까 싶다. 용혜는 자신이 가꾸어온, 또 사회화 되어가는 과정에서 배워온 '인간다움'을 위해 용감하고 지혜롭게 앞으로 살아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주제 의식이 뚜렷하게 작가의 생각을 전달한다기보단, 책의 내용 안에서 작가도 스스로 결정을 내리지는 못한 질문들을 제시하는 느낌이었다. 괴물의 표식처럼 보였던 붉은 반점이 오히려 가장 인간성을 지키려는 노력을 보여준다는 점이 좋았다. 괴물은 그렇다면 외형으로 규정되는 것은 아닐것이다. 책 프랑켄슈타인이 생각나기도 한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 없이 만들어진 쓸쓸한 새로운 종. 그리고 작품에 녹아있는 어린 여성 노동자들이 겪었던 폭력에 대한 안타까움도 느껴졌다. 책이 참 흥미진진하고 구성이 잘 되어있었다고 느꼈다. 재밌게 잘 읽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