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부터 흥미롭고 웅장한 <흰 고래의 흼에 대하여>는 번역에 관한 작가 홍한별의 철학과 번역을 넘어 언어 자체에 대한 고찰까지 담아낸 책이다.
모비딕부터 바벨탑, 성경,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등 여러 참고 문헌과 여러 번역가들의 작품 및 사례를 끌어와 번역에 대한 이해를 한층 풍부하게 만들어준다. 동시에 기표와 기의, 행간에 담긴 맥락, 언어 속의 침묵, 문화적 차이 등 번역에 미치는 다양한 요소들을 짚어본다. ‘번역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얼마나 깊은 고민을 이끌어내는지. 동시에 나도 조금 전에 읽은 <서랍 속에 저녁을 넣어두었다>를 떠올리게 되었다. 침묵 속에서 언어가 탄생하는 순간부터 의미는 기능적인 것이 되며, 그런 언어가 서로 다른 문화와 언어로 분화되는 순간 또 다른 형태를 갖게 된다.
글과 언어, 그리고 번역을 사랑하는 작가의 생각을 이렇게 읽을 수 있게 되어 무척 인상 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