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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와 연

한국과학문학상 대상, K-스토리 공모전 2회 연속 최우수상 등 2021년 활동 시작 이래 각종 공모전에서 두각을 드러내온 청예의 장편소설 《주와 연》이 출간되었다. 《오렌지와 빵칼》 《일억 번째 여름》 등을 선보이며 강렬하고 환상적인 이야기로 주목받은 청예는 그만의 탁월한 작품 세계를 입증해왔다. 그간 SF와 오컬트, 로맨스, 미스터리, 판타지 등 장르의 구애 없이 서사의 가능성을 끊임없이 갱신하며 철학적 화두와 특유의 재미를 동시에 담보해온 청예. 그가 이번에는 죽음과 환생, 삶의 본질을 되묻는 오컬트미스터리로 독자들과 만난다.

17세 ‘오주희’는 아버지의 외도로 가정이 파탄 난 후 무당의 힘을 빌려 아버지와 계모의 딸 ‘오연린’으로 환생한다. 오직 복수라는 두 번째 삶의 목표를 끈질기게 실행해나가던 연린. 그의 앞에 자신과 유사한 결핍을 지닌 ‘박은정’이 나타나고, 두 사람은 서로의 가정을 필사적으로 파괴하며 점차 비틀린 관계를 맺는다. 그토록 바라던 복수가 완성된 후 좀처럼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는 연린 앞에, 예기치 못한 인연이 등장하면서 연린은 복수의 끝에서 또 다른 생을 꿈꾸기 시작한다.

《주와 연》은 ‘복수와 사랑’이라는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주제로 독자들을 끌어당기며, 복수를 마친 이후 생의 의미는 무엇인지, 용서의 완성은 어디까지인지를 다시금 자문해보게 한다. 여기에 전작에서도 다루었던 무속신앙과 인간의 원형적인 욕망이라는 요소는 이번 작품에서 한층 더 과감한 방식으로 활용됨으로써 소설에 뚜렷한 깊이와 몰입감을 더한다.

300 pages, Paperback

Published June 24,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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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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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reviews
August 16, 2026
이번 책 역시 여름철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어 주는 추천 도서로 자주 언급되어 접하게 되었다. '청예'라는 소녀 같은 작가의 이름과는 정반대로, 아주 지독한 복수를 다룬 소설이다.

​오주희와 아빠의 불륜녀 사이의 악연은 부적에서 시작된다. 주희는 무당에게 받은 연을 잇는 부적을 불륜녀에게 사용하고, 그녀가 보는 앞에서 투신자살을 한다. 부적으로 연이 얽힌 주희의 혼은 당시 임신 중이었던 불륜녀의 태아로 들어가 전생의 기억을 모두 안은 채 태어난다. 뱃속에 있을 때부터 증오와 복수의 칼날을 갈며 태어난 오예린(주희)은 부모의 삶을 처참하게 무너뜨린다.

​복수의 과정에서 부모의 무관심과 폭력 속에 방치되어 있던 비슷한 처지의 친구 박은정을 만나고, 은정 역시 서로의 부모를 망가뜨리는 일에 동참한다. 은정은 예린에게 있어 자신의 환생을 털어놓을 수 있는 유일한 존재였고, 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에게 의지하며 사랑하는 관계가 된다. 하지만 후반부에 모든 복수를 끝낸 뒤 갈피를 잃고 허망함에 흔들리던 예린 앞에 예기치 않게 '이현'이라는 남자가 등장하면서, 예린은 복수의 끝에서 또 다른 삶을 꿈꾸기 시작한다.

​그러나 결말은 또다시 복수심에 불탄 은정이 과거 주희와 똑같은 행동을 되풀이하며 끝을 맺는다. 연을 잇는 부적과 투신자살, 그리고 예린의 뱃속에 자리 잡은 아이.

​[주와 연]은 인물 간의 대화보다는 예린의 내면 서사가 주로 그려지는 소설이라 읽는 데 시간이 조금 걸렸지만, 예린의 복수심이 워낙 뚜렷하고 기괴해서 몰입감 있게 읽을 수 있었다. 일반적인 추리소설처럼 반전을 기대하기보다는 앞으로 어떤 복수를 펼칠지, 그리고 그 복수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지가 더 기대되는 작품이었다.

​책을 덮으며 든 생각은 역시 복수란 지극히 자기파괴적인 행동이라는 점이다. 누군가를 미워하고 증오하는 마음은 그 끝이 어찌 되었든 결국 부정적인 감정으로 나 자신을 갉아먹을 뿐이다. 허망하게 맞이한 예린의 마지막 순간 역시 그러했다.

## 한 가지만큼은 전달됐으면 좋겠다. 어떤 것들은 돌아온다. 강하게 싫다고 느끼면, 그것이 당신을 떠나지 않고 곁을 지키다가 불쑥 손을 잡는다. 미움과 사랑의 뿌리를 잘 살펴야 한다. 그 뿌리에는 나의 추측을 빗나가는 엄한 것들이 붙어 있을 수도 있다. 삶은 신념에 순응하지 않고, 나 자신의 예측 불허함은 가끔 어제까지의 다짐들을 뛰어넘는다. 그러니 놓아줘야 한다. 미워하지 말고, 생각하지도 말고, 그냥 나를 스쳐가게 두어야 한다. 강하게 바라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억지로 당기지 말고, 곁에 있으라 호통치지 말고, 그대로 두어라. 남을 것만 남고 떠날 것은 떠난다"

"주와 연" 중에서

## “살아감이 축복이 아니라 형벌이라고 생각해본 적 있나요? 아주 오래전 동화에서 봤는데요. 우리는 매 순간 누군가를 가해하며 살잖아요. 그러니 살아감은 형벌이고 죽음만이 축복이래요. 매일 삶을 소진하고 죽음에 가까워진다면, 사실은 매일 축복을 받고 있는 거죠. 사람은 자꾸만 죽고 또 태어나요. 그 굴레를 반복하는 게 숙명인데, 죽을 때마다 굴레에서 조금씩 벗어나요. 먼저 떠난 이들은 숙명에서 일찍 자유로워졌겠지요. 그렇게 생각하면 서럽지가 않아요.”

"주와 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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