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혜는 온라인 커뮤니티, 개인 홈페이지 위주로 <페미닌 전사> 연작, <외로운 빌리비빗의 모험>, <쥬얼리 매직전사> 등을 연재하고, 2013년 발간된 그림책 <애플시나몬의 야채소동>(울리포프레스)을 그렸다. <미지의 세계>는 레진코믹스에서 2014년 8월부터 연재를 시작한 동명의 작품 1화부터 18화까지의 연재분을 모은 시리즈 첫 번째 책. 명확한 세계관과 설정을 드러내며 기승전결의 공식을 따르는 일반적인 작품들에서부터 멀찍이 떨어져 저열한 삶, 무기력한 경험, 쉽게 납득될 수 없거나 모순된 행동을 지면 위에 아슬아슬하게 표현했다. 자전적인 것/그렇지 않은 것, 현실/그것을 재가공한 것, 특정한 사건과 계층을 찌르는 것/무관히 넓게 그려진 것, 수동적인 것/공격적인 것이 혼재하는 <미지의 세계>는 연재가 진행중인 지금 여전히 제목처럼 ‘미지의 것’으로 가득하다.
<미지의 세계1>에 수록된 연재 초반의 1화부터 18화는 현재 연재의 구성을 조금씩 확립하는 시기에 해당한다. 에피소드가 서로 강하게 이어지지 않으면서 마지막 컷으로 각각의 이야기를 독자적으로 절단해버리는 가운데 <인간세계1,2>(6~7화)와 <예술종자들1,2>(11~12화)로 그 단편적인 흐름을 갑자기 확장하는 것이 이번 1권의 묘미다. 성적인 묘사가 흔한 방식으로 성적이지 않고, 욕설이 공격적이기보다 자학적으로 사용되는 <미지의 세계>는 이해와 극적 구조의 바깥에 숱한 요소를 흩뿌려 놓고 독자를 기다린다. 때문에 더욱 더 독자의 위치와 경험에 따라 ‘정말로 아름다운’ <미지의 세계>는 각자의 극단에 놓이게 된다. 유쾌하거나 불쾌하거나, 자극을 받거나 그저 무시할 것이다. 집중력을 잃은 시대에 이 작품을 통해 ‘나와 미지의 복잡한 세계’가 어떻게 충돌하는지 개입하는 동시에 지켜볼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