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ic Weiner의 저서 The Socrates Express에는 정보, 지식, 지혜를 다음과 같이 구분 짓는다. "Knowledge is organized facts, while wisdom untangles those facts, makes sense of them, and suggests how best to use them ... knowledge knows. Widom sees."
위 인용구 관점에서 보자면 이 책은 김상욱 교수님께서 물리학 지식을 사유하며 얻은 지혜를 담고 있다. 고전역학과 양자역학, 입자 물리학에서 천문학까지 다양한 과학 분야를 오가며 과학적 태도로 세상을 사는 것 이 꼭 차갑지 만은 않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차가운 머리와 뜨거운 가슴, 그리고 따뜻한 과학책.
한글로 된 교양물리학 입문서가 뭐가 있나 생각하다가, 아마도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물리학자인 김상욱의 책이 어떤가 궁금해서 <떨림과 울림>을 읽기 시작했다. 읽다보니 예전에 이 책을 읽다가 재미없어서 중간에 포기한 기억이 떠올랐다. 서문에서 거창하게 인문학과 물리의 결합을 천명한다고 인문학적 감동-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을 주는 건 아닌거 같다. 차라리 치밀하게 구성하고 온 힘을 다해서 설명한 책들이 나를 감동시킨다.
최근에 본 교양 물리 강연에서 한 카이스트 교수가 양자스핀을 신나게 설명하는데, 강연자가 너무 신이 나서 재밌어해 하더라. 강연이 엄청나게 유려하지도 않았고, 솔직히 다 듣고 나서도 1도 이해 못했지만, 나도 그 기분에 전염되어 양자스핀 따위가 재밌게 느껴지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내게 감동을 주는건 교양 물리 강연에 행렬을 들이대며 신이 난 교수나 ‘천문학자는 천문학적인 돈을 벌지 못한다’며 자조하는 심채경 같은 사람들이다. 서로 다른 이유에 의해서 과학자가 되고 거창하진 않지만 자기 분야를 사랑하고 그 사랑을 나누려는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