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박연준의 ‘첫’ 산문집. 2004년 등단하고 『속눈썹이 지르는 비명』과 『아버지는 나를 처제, 하고 불렀다』 두 권의 시집을 냈던 박연준은 시인 특유의 호기심과 시야각을 통해 세상을 보고, 오래 관찰한다. 그 과정에서 그녀는 사람들이 잃어버리고 잊어버린 것들을 발견하는데, 이 책 『소란』을 통해 기억조차 하지 못했던 유년의 한 시절과 이미 사라져버린 어제를 적나라하게 끄집어낸다. 끄집어내서는 껍데기 없이, 거짓 없이, 부끄러움 없이 ‘날 것’의 언어로 그것들을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그녀가 발견한 것들을 하나씩 마주하노라면, 읽는 이의 마음도 다시금 소란해진다. 이를테면 자신에게도 그런 ‘순간’과 ‘언어’들이 있었음을 발견하는 것. 이미 오래전에 잃어버려서 잊어버려서, 잃고 잊은 줄조차 몰랐던 것들을 발견하는 것. 독자는 거울을 보거나 오래된 일기장 혹은 사진을 꺼내어보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스스로의 맨 얼굴을 보게 되고, 그 소란스러운 발견은 삶을 다시 살아내게 만드는 밑알(소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