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시리즈의 서른 번째 책.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렇지 않구나> 등으로 많은 독자의 공감을 불러일으킨 김신회 작가의 신작으로, 1년 내내 여름만 기다리며 사는 그가 마치 여름에게 보내는 러브레터처럼 때로는 수줍게 때로는 뜨겁게 써내려간 스물두 편의 에세이가 실려 있다.
책 속에는 휴가, 여행, 수영, 낮술, 머슬 셔츠, 전 애인 등 여름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들로 그득하다. 여름이 왜 좋냐는 물음에 '그냥'이라고 얼버무리기 싫어서 쓰기 시작했다는 작가의 '애호하는 마음'이 낸 길을 따라가다 보면 그동안 잊고 지낸 이 계절의 감각이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무더위가 아직 채 가시지않은 여름의 끝자락을 여름에 관한 책을 읽고싶다! 라는 생각으로 찿게되었다. 한국에 놀러갔을때 책지가 예뻐서 기억하고 있었는데 마침 여름에 대한 책이여서 골랐다! (역시 책지때매 책읽는 인간 ㅜ)
”열대야에 숨이 막혀 잠을 설친다. 세계 곳곳에서 더위 때문에 죽은 사람들 소식도 들린다. 그럴 때면 내가 여름을 좋아하는 게 맞나, 그만 우겨야 되나 싶다.
그러면서도 여름이 끝나가면 어김없이 서운하다.“
집에서 일하는 에어컨 인간인 내게 매년 더워지는 날씨를 실감하는게 사실 짧고 많지 않다. 그래서인지 여름은 날이 좋았던 기억, 선선한 산책, 제철 과일, 노을질때 드라이브, 등등 여러 이유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계절이다. 그래서 늘 숨이 턱 막히는 날씨에 밖에서 일하고 들어오는 아빠가 전화 할때마다 “덥다, 너무 덥다” 또는 집에 들어오자마자 “에어컨 틀어놔서 고맙다, 너무 좋다. 너는 좋겠다“ 등의 말을 들으면 마음 한켠 여름 좋아한다고 다니는게 조금 죄책감 든다. 어쩌다 잠깐 차를 옮기러 나가는데도 숨이 턱 막히고 습한 날씨에서야 아주 짧게!나마 실감을 한다.
대체로 작가가 좋아하는것들, 여름에 마주한 추억들을 같이 지나다보면 솔직히 공감가지 않는 내용에선 빨리 지나가고싶었다. 그러나 공감가는 내용은 어쩜 내 마음을 그대로 써놨을까 싶다.
특히 평양냉면에 대하여 평양냉면을 좋아하면 진정한 미식가라는 편견과 흐름을 따르고자 먹었지만 실패했다던가, 싫어하는것과 좋아하는것이 뚜렷하지않아 “좋아죽겠다”라고 표현하는 사람들을 동경하는 일- 어쩌면 그게 마음을 쏟는만큼 다친다는 믿음으로 생기는 평정심 유지라는것.
그리고 가끔 과거를 회상하고 오지않은 미래에 대해 두려워하며 현재를 걱정과 두려움에 가둬 살고있는 나에게 현재를 아끼고 즐기자는 다짐을 한지 얼마 안됐는데 이 문장들이 맘에 콕 와닿는다. 내 마음이 지금 잔잔한 일상에도 만족하지 못한다면 내가 바라는 일들이 와도 마찬가지로 행복은 잠깐 반짝하고 사라질 것이다. 내 마음이 모든 하루를 잘- 감사히 받아드릴 수 있게, 그리고 현재에 만족하며 발붙히고 살수있게 노력해야지!
”그 시절 내가 그리워한 건 여름이 아니라 여름의 나였다. 여름만 되면 스스로를 마음에 들어 하는 나, 왠지 모르게 근사해 보이는 나, 온갖 고민과 불안 따위는 저 멀리 치워두고 계절만큼 반짝이고 생기 넘치는 나를 다시 만나고 싶었다. 하지만 이미 마음이 겨울인 사람은 여름 나라에서도 겨울을 산다. 손 닿는 것 모두 얼음으로 만들어버리는 〈겨울왕국〉의 엘사처럼, 싸늘한 마음은 뜨거운 계절조차 차갑게 만들어버린다.“
”그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다. 여름을 완성하는 건 계절이 아닌 마음이라는 것을. 그때 나는 그 어디서든 여름을 즐길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거다.“
“살면서 경험한 결핍은 그 사람 안에 평생 일정하게 남아 있다고 믿는다. 어린 시절부터 쌓인 결핍을 채우기 위해서는 어른이 된 내가 나서야 한다. 나라는 사람 안에 오랫동안 쌓여온 결핍은 오직 나만이 채울 수 있다.
여전히 나는 구멍 난 여름휴가의 추억을 메꾸면서 산다. 그래서 여름이라는 계절을 이토록 좋아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나의 수고를 알아주는 시기, 고단함을 위로하는 시기. 여름은 내게 한없이 너그러워지기 좋은 계절이니까. 그래서 될 수 있는 한 자주 떠나고 싶다. 가급적 여름에, 여름인 곳으로. 뜨거운 여름 안에서 실컷 널브러지고 맘껏 누리고 싶다. 나에게는 여전히 나에게 받을 여름휴가가 많이 남아 있다.”
여름은 단순한 계절이 아닌 나만의 여름을 만들어 나가는 것. 이 에세이를 읽으면서 여름이 싫은 이유보다 여름이 좋은 이유를 떠오르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여름이 좋아졌다. 아마 모든 것이 그러지 않을까?— 내가 좋아하는 것, 감사한 일, 나를 행복해하는 것에 집중하다보면 인생을 더 즐길수 있지 않을까?
막상 여름이 오면 그 무더위와 습기에 못 견뎌 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마음이지만, 그 짧은 기간이 지나가면 다시 여름이 그리워지는 이유는 뭘까? 생각 속 여름을 이루는 수많은 순간들: 냉장고에서 꺼내 먹는 시원한 수박 한 조각, 여름에 떠나는 동남아 여행, 생맥주와 늦여름.
아무튼 시리즈와의 첫 만남을 이루어준 책이다. 1월에 읽었지만 여름에 또 읽고 싶은 책이다. 무엇보다 표지가 너무 예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