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라는 건, 얼마나 강력한 무구인가. 저 감정을 느끼고도 스스로를 잃지 않을 수 있는 걸까.
-네가 죽으면 곤란하다. 그건 라오스가 바라는 게 아니니까. 몸을 좀 아끼는 게 어떻겠나? 목소리를 잠자코 듣고 있던 남자가 피를 거칠게 닦아 내며 입술을 비뚜름하게 틀어 올렸다.“내 복제품 주제에 조언하는 거냐? 라오스가 무슨 생각으로 너희들을 만든 건지는 모르겠지만, 건방 떨지 마라. 몸만 추스르고 갈 테니 신경 쓰지도 말고.” -복제품이라…… 글쎄? 아무튼 여기까지 와서 본래 신체로 강림한 이유가 뭐지? 모두 파괴하고 자살하고 싶기라도 했었나? “안 죽어.” 남자가 숨을 거칠게 내뱉으며 머리를 푹 숙였다. “이제 좀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으니까, 절대 죽을 수 없지.” 목소리는 잠시 침묵하다가 물었다. -다시 사랑하게 된 건가? 수천 년간 쌓아 온 증오를 뛰어넘을 만큼? “다시라는 말은 옳지 않다.” 남자가 조용히 말했다. “그 여자는 로베르슈타인이 아니다. 나도 로이긴이 아니고.” 스스로에게 되새기듯. “전생은 이용할 수 있는 수단일 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