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옆집에 포메라니안 같은 애가 살았다. 뭣도 모르고 날 좋아한다고 고백하던, 작고 순진한 꼬맹이. 9년의 세월이 흘러 그 애를 다시 만났다. 그런데……. “시호 형.” 미친. 포메라니안 어디 갔어. “저 기억 안 나세요?” 저건 그레이트 피레니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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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호 형.” 뻑뻑한 눈을 억지로 떴다. 시야가 가물가물했다. 서정운이 내 침대 앞에 앉아 있었다. “잘 잤어요?” 그렇게 말하며 한 점 구김 없이 환하게 웃는다. 서정운의 인사에 대답하기 전에 일단 베개 옆을 더듬어 핸드폰부터 확인했다. 「AM 7:11」 에이, 7시라니. 아니겠지. 11시 7분을 잘못 본 거겠지. 하지만 눈을 비비고 봐도 숫자는 똑같았다. “이… 무슨.” 욕이 나오려는 걸 억지로 참았다. 이 시간에 백수를 깨우다니, 가혹함에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 그나저나 쟨 대학생이잖아. 방학을 맞은 대학생은 원래 오전에는 안 일어나는 거 아닌가? “산책하러 갈래요?” “싫어. 안 가…….” “저 산책시켜 주세요.” “뭔 산책을 시켜 줘. 네가 개야?” “형이 시켜 줬으면 좋겠단 말이에요.” “너 혼자 실컷 해.” “그러지 말고요. 네?” 맥이 탁 풀렸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아침 7시에……. 내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옆에서 서정운이 기다렸다는 듯 잔뜩 들떠서 나를 재촉했다. “형, 빨리요.” 꼭 도살장에 끌려가는 가축이 된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