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쓸모 - 최태성>
[실용주의적 관점으로 '역사' 바라보기]
앞 주에 '레이 달리오'의 '원칙'이라는 책을 읽었다. 레이는 우리가 역사를 통해 '세상 원리를 배우고', '원리를 검증해 볼 수 있다'고 했다. 이번 책을 읽으며 실용적인 관점에서 역사 책을 바라보고자 했다. 이 책의 저자는 EBS 역사 강사인 '최태성' 작가이다. 저자는 서두를 통해 자신의 중대한 삶의 이벤트마다 '역사'에서 어떤 교훈을 얻었는지 소개했다. 결국 이 책은 의도적으로 '현대에 교훈을 주는 역사'를 소개하고자 씌여 졌으며, 나 역시 '역사 속에서 세상 원리와 교훈을 어떻게 뽑아 낼 것인가'에 초점 맞추어 읽었다.
[배움1. 절망스러운 상황에서 개인이 대처 하는 방법]
- '진실로 너희들에게 바라노니, 항상 심기를 화평하게 가져 중요한 자리에 있는 사람들과 다름없이 하라. 하늘의 이치는 돌고 도는 것이라서, 한번 쓰러졌다 하여 결코 일어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 정약용이 자식들에게 당부하는 말
- '당세의 평가에 연연하지 않고, 역사적 관점에서 올바른 뜻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 본인의 잘못에 의해서든 혹은 오해로 인해 나락으로 떨어졌든 사회적으로 지위가 추락한 상황은 몹시 괴로운 상황일 것이다. 정약용은 18년 간 귀양살이를 했고, 이후 고향에 돌아와서 또 18년을 보내다가 세상을 마감했다. 하지만 그는 배움과 저술과 올바른 자녀 교육을 그치지 않았다. 역사적 평가 앞에서는 당당해 지기 위함이었다. 비록 절망스러운 상황임에도 이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모습을 바로잡아 살다 보면, 언젠가 다시 기회가 오거나 역사적으로 명예가 회복될 날이 오지 않을까.
[배움2. 정말스러운 상황에서 집단의 힘을 모으는 방법]
- "선덕여왕은 황룡사 9층 목탑에 신라를 괴롭히던 주변 나라 이름을 새겼습니다. 지금은 신라가 작은 나라지만 힘 있는 나라가 되어 이들을 발아래 두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습니다. 즉 '신라가 나아갈 비전'을 제시한 것이었습니다. 경주 사람들이 눈 뜨고 일어나 농사 지으러 가면 9층 목탑이 보였을 것입니다. 신라인의 마음을 모으는 것. 우리도 강해질 수 있다는 비전을 신라인과 공유하는 것이죠."
- <삼국사기>의 김부식 마저 신라의 선덕 여왕을 두고 가장 약소국이었던 신라에서 여자가 왕위를 잡으니 진실로 난세의 일이라 혹평하였다. 백성들의 사기가 떨어지고 여성으로서의 리더십마저 의심받는 상황에서 선덕여왕은 '황룡사9층탑'이라는 상징적인 건물을 통해 비전을 제시하고자 했다. 때론 리더가 올바른 의사결정을 내리더라도 집단 내 구성원들의 마음이 흩어져 있으면 조직이 한 방향으로 힘있게 나아가지 못할 것이다. 선덕 영왕의 메세지는 '명료'했으며, 탑을 통한 전달 방식은 '지속성'이 있었다. 얼마나 현명하고 똑똑하게 비전을 백성들의 마음에 심어 주었는지 놀랄 뿐이다.
[배움3. 승자와 패자가 갈려야 하는 상황에서 이기는 방법]
- "이순신은 싸워서 이기는 장수가 아니다. 이겨 놓고 싸우는 장수이다. 빈틈없이 전략 전술을 세워놓고 백 퍼센트 확신이 들어야 움직이는 완벽주의자이다. 23전 23승을 할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제한된 자원과 기회를 두고 경쟁하는 상황 혹은 기업의 경쟁 전략 수립시에 유용한 가르침으로 다가왔다. 특히 '이겨 놓고 싸운다'는 말이 가장 와 닿았다. 하나는 이기는 싸움만 한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이기기 위한 모든 전략들을 분석한다는 의미로 다가왔다. 이를 실제 전략 수립시 활용 한다면 1) 모든 경우 수를 고려하여 가장 유리하게 승리를 이끌어 갈 경우를 검토해 보는 것, 2) 만약 어떤 경우에도 패배가 불가피한 경우 싸움을 피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 있습니다'라는 말은 더이상 단순한 의지의 표현으로 들리지 않는다. 이순신의 현실에 대한 객관적인 인식 이자, 제한적인 자원을 가지고 승리할 수 있는 상황을 끊임없이 구상 했을 그의 모습들이 다가온다.
[배움4. 협상 상황에서 모두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어내는 방법]
- "외교에서 가장 주요한 자세는 패를 보여주지 않는 것입니다. 쉽게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거죠. 패를 숨기고 있어야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는 상황에서, 패를 보여주면 그 판에서 힘을 잃은 거나 마찬가지 입니다. 설혹, 패를 뒤집더라도 이후 전개될 양상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잘 알려진 서희의 외교담판에서 서희는 소손녕의 속내를 정확히 간파하고 서로에게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 내었습니다. 현실로 적용해 보았을 때 박근혜 정부가 사드배치 문제를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습니다. 사드 배치에 대한 속내를 너무 쉽게 드러내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을 잡지 못했습니다. 결국 이로 유발된 중국과의 갈등 상황에서도 외교적으로 적절히 대처하지 못해 상황이 더 악화 되었습니다."
- 사실 우리가 마주치는 상당수의 경우는 상대를 패배시켜야 하는 경우 보단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협상의 경우가 아닐까? 그리고 협상의 상황에선 철저히 '외교적'인 태도를 취하며 '패를 쉽게 보이지 않으며' 상호 이익을 극대화할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협상의 기술을 다룬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라는 책에선 상대의 심상지도를 머릿속에 그릴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해 준다.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협상 내내 '내 생각'만 하고 '내 말'만 하면 원하는 바를 얻지 못할 것이다. 협상은 '윈윈경기'라는 기본 전제를 바탕으로, 협상에선 상대의 생각에 훨씬 더 집중해야 할 것이다.
[위인들의 사고 폭, 누적된 철학과 큰 시야에서 문제를 바라보려는 태도]
위인들의 사고 발자취를 따라가다보면 그들의 '사고 폭'에 놀란다. '자신'을 넘어 '백성', '적군', '현재 상황', '후손'들의 마음 속까지 꿰뚫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이런 넓은 '사고 폭'을 그들은 어떻게 갖출 수 있었을까? 평소 누적된 '깊은 철학'들과 어떤 문제든 큰 시야에서 바라보려 하는 그들의 '태도'에서 기인했던 건 아니었을까? 밑천한 철학을 가진 나지만 그 태도는 당장 노력해 볼 수 있진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