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아비가 끔찍한 괴물로 변하여 죽고 난 후 이부동생과 함께 대감댁에 거둬진 녹희. 하루아침에 황주성 수령의 금지옥엽이 되었지만, 실상은 액받이 종년에 지나지 않았다. 선조 대부터 저지른 업보로 인하여 윤 씨 성을 가진 사람들을 괴물로 변하게 한다는 가보. 그것을 담아두는 그릇으로써 살아가는 녹희의 삶은 고단하기만 하다.
그나마 그녀의 숨통을 트이게 하는 건, 훤칠한 얼굴을 자랑하는 저와 같은 처지의 종놈 하나뿐. 하나, 정을 준 이에게는 녹희 또한 윤 씨 집안 인간들과 다를 바 없는 원수였다. 심지어 이제는 황실에서마저 그의 숨통을 죄려 드는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기주는 잘못이 없었다. 그래서 녹희는 이 지옥에서 그를 내보내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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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왜…… 어찌하여 두, 두 개야?”
녹희의 얼굴이 파리하게 질렸다.
“후…… 아씨는 대체 아는 것이 뭡니까.”
놀란 그녀의 얼굴에도 기주는 그저 나른한 숨을 내뱉으며 수음하는 손을 멈추지 않았다.
“이무기라는 것은 알면서 구렁이 자지가 두 개라는 것은 모르고, 멍청하게도.” “…….” “아는 것이 없으니, 손해 보는 거래를 한 것도 모르겠지요. 하나 어쩔 수 없습니다. 저는 이미 말씀드렸잖습니까.” “…….” “아래가 헐 때까지 박을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