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무언가에 대해 말할 때 우리는 '천문학적'이라는 표현을 쓴다. 아름다운 무언가에 대해서는 '별처럼 빛난다'고 말하고, 무언가 간절히 원할 때면 별자리로 운을 점치며 '우주의 기운'이 함께하길 빌기도 한다. 그러나 정작 천문학자에게 천문학이란, 달과 별과 우주란 어떤 의미일까. 할리우드 영화 속 과학자들의 '액션'은 스릴이 넘치고 미항공우주국과 일론 머스크의 우주 탐사 일지는 화려하기 그지없지만 그런 뉴스들이 오히려 천문학을 딴 세상의 이야기로 치부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속 천문학자 심채경이 보여주는 천문학의 세계는 그러한 스펙터클과는 거리가 멀다. 빛과 어둠과 우주의 비밀을 궁금해하는 천문학자도 누구나처럼 골치 아픈 현실의 숙제들을 그날그날 해결해야 한다. 다만 그 비밀을 풀기 위해 '과학적으로' 골몰할 뿐이다. '지구는 돌고 시간은 흐른다'는 우주적이고도 일상적인 진리 안에서 살아가는 천문학자의 이야기는 그러하기에 더욱 새롭고 아름답다.
한글로 된 교양물리학 입문서가 뭐가 있나 생각하다가, 아마도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물리학자인 김상욱의 책이 어떤가 궁금해서 <떨림과 울림>을 읽기 시작했다. 읽다보니 예전에 이 책을 읽다가 재미없어서 중간에 포기한 기억이 떠올랐다. 서문에서 거창하게 인문학과 물리의 결합을 천명한다고 인문학적 감동-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을 주는 건 아닌거 같다. 차라리 치밀하게 구성하고 온 힘을 다해서 설명한 책들이 나를 감동시킨다.
최근에 본 교양 물리 강연에서 한 카이스트 교수가 양자스핀을 신나게 설명하는데, 강연자가 너무 신이 나서 재밌어해 하더라. 강연이 엄청나게 유려하지도 않았고, 솔직히 다 듣고 나서도 1도 이해 못했지만, 나도 그 기분에 전염되어 양자스핀 따위가 재밌게 느껴지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내게 감동을 주는건 교양 물리 강연에 행렬을 들이대며 신이 난 교수나 ‘천문학자는 천문학적인 돈을 벌지 못한다’며 자조하는 심채경 같은 사람들이다. 서로 다른 이유에 의해서 과학자가 되고 거창하진 않지만 자기 분야를 사랑하고 그 사랑을 나누려는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