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소설에는 먹고 사느라 바쁜 사람들 이야기는 없고 형이상학적인 고민을 하는 자의식 과잉의 인물들만 나와서 공감이 안 간다"라거나, "소설은 문순이들이나 읽는 것"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면, 그대, 이 책을 읽어보시라. 표제작인 <일의 기쁨과 슬픔>은 무려 이공계 출신인 내 동문들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었던 책이다. 그만큼 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더라도 회사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문순이들 뿐 아니라 공돌이, 공순이, 문돌이도 다 공감할 만한 이야기들이 많다.
회장에게 찍혀 월급을 카드 포인트로 받게 되는 카드회사 직원, 여자라고 주요 부서에 배치되지 못하다가 기를 쓰고 주요 부서로 옮긴 후에도 입사 동기인 남편보다 연봉이 1천30만원이 적은 아내(아, 이 대목에 공돌이, 문돌이들은 떨어져나갈지도 ㅎㅎ), 뮤지션들이 홍대를 활성화시키자 월세가 올라 홍대에서 밀려난 뮤지션. 그들은 견고한 사회의 프레임에서 크게 벗어날 수는 없지만, 그 와중에 나름의 살 길을 모색하며 꾸역꾸역 살아간다. 아, 어느 새 나는 또 책 이야기가 아닌 나의 이야기를 하고 있음을 발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