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수양을 위해 그림을 한 점 한 점 사 모은 영업사원. 그림을 연모하면서부터 그는 미술관을 짓고 싶어졌다. 모두가 말렸지만, 자신의 마른 일상을 비옥하게 적셔준 그림을 모두와 나누고 싶었다. 죄 지은 하인에게도 물은 공평히 돌아가야 한다고 이야기한 ‘토비아스의 우물’처럼 어느 누구에게나 열린 문화의 장을 마련하고 싶었다.
이런 꿈이 무르익을 즈음, 그는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 제26호 석파정이 경매에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세도가 김흥근과 흥선대원군의 별장으로 쓰였던 석파정이 주인을 잃고 빛이 바래가고 있다는 사실이 가슴 아팠다. 근현대를 관통하는 중요한 우리 문화재를 이렇게 방치할 수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석파정을 사서 사람들이 모여 서로 어우러져 문화를 나누는 우물과 같은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운다. 그렇게 2005년부터 꼬박 7년을 투자해 인왕산 자락에 석파정과 서울미술관을 함께 열게 된 것이다. 마음 수양을 위해 그림을 한 점 한 점 사 모으기 시작한 영업사원이 30년 만에 드디어 미술관을 열었다. 모두가 와서 목을 축이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우물을 판 것이다.
이 책에는 영업사원으로 시작해 30년 만에 석파정과 서울미술관을 연 안병광 유니온약품 회장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오늘날 그를 이끈 미술 작품들에 대한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와 미술 작품이 자신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낸다. 여기에 300여 점 이상을 거래하면서 축적한 저자의 미술품 수집의 노하우는 보너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