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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 하루 일과를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생각해본 적 있나?"
"하루 일과요?"
"그래, 이를테면 이런 거야. 우리가 아침에 일어나면 정신이 희미하지. 그건 유아기야. 정신을 차리고 출근해서 일을 시작하는 시간은 청소년기인 거고. 점심을 먹는 시간, 이때는 뭔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고 돈을 벌어 즐길 수 있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이지. 점심을 먹고 나면 졸음이 오지 않나? 꾸벅꾸벅 졸면서 여기는 어디인가, 나는 누구인가, 졸면 안 되는데, 일어나야 하는데, 눈은 왜 감기지, 이런 생각하며 몽롱하게 꿈과 현실 사이를 헤매는 이때는 30대 후분에서 40대 중반. 시간이 지나서 어느 정도 잠이 깨고 오늘 뭐했나 되돌아보는 시간이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인 셈이지. 그러다가 저도 모르게 퇴근 시간이 되어 회사를 벗어나는 시기는 50대 중반. 퇴근하고 집에 갔는데 딱히 뭘 해야 할지는 모르겠고, 반겨주는 것은 강아지뿐이고, 손잡아주는 것은 리모컨뿐인 시간은 60대인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