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는 생각만 해도 좋은 한 가지가 있나요?” ‘아무튼 시리즈’가 마흔여덟 번째로 던진 물음에 작가 김겨울은 ‘피아노’라고 답했다. 지금까지 네 권의 단독 저서를 펴낸 작가로서뿐 아니라 유튜브 채널 ‘겨울서점’ 운영자, MBC ‘라디오북클럽’의 디제이 등 책을 중심으로 다양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지만, 그의 정체성 일부분은 피아노와 피아노에 얽힌 무수한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아무튼, 피아노』는 그런 저자의 피아노를 향한 지극한 발라드이자 “그것을 속속들이 싫어하고 낱낱이 사랑하게 된” 성실한 기록이다. 다섯 살 때 처음 피아노의 세계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간 순간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그 낯선 세계가 삶을 가득 채웠다가 갑자기 썰물처럼 빠져나갔다가 다시금 밀려들어와 온몸을 적신 과정을 아우른다.
<독서의 기쁨>이 비교적 정석적인 구조로 독서의 여러 측면을 기술하면서 개인의 일화를 곁들이는 방식이었다면, <어쩌다 피아노>는 일화의 나열 아래에 꽤 탄탄한 구조를 숨긴 방식으로 보인다. 하지만 개인의 일화를 에세이처럼 서술하면서 동시에 피아노의 여러 측면을 빼놓지 않고 다루는 게 아마 쓰는 입장에서는 훨씬 더 힘들지 않았을까 짐작해 본다.
김겨울이라는 사람에 대한 사전정보가 없다면 매끄럽게 읽히지 않을 부분들이 있다는 게 조금은 의외였는데, 피아노를 본인의 정체성의 일부라고 선언하고 시작할만큼 작가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기에 조금 더 자아가 많이 투영된 글이 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