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달의 바다>로 문학동네작가상을 수상한 정한아의 두번째 소설집. 네 권 통틀어 3년 만의 책이고, 소설집으로는 6년 만이다. 삼십대 중반이 된 작가가 서른 살부터 써온 8편의 소설들엔 이십대의 그것과는 다른 변화의 기미가 두드러진다.
정한아 특유의 긍정과 성장의 서사, 위태롭지만 찬란하게 빛나는 동시대의 젊음을 빚어내던 문장들은, 이제 시간의 흐름 속에 묻힌 삶의 상처를 품고 그 근원들을 세심하게 매만져 복원해낸다. 무언가를 영영 잃었기 때문에, 혹은 무엇을 끝내 잊을 수 없기에 저마다의 사정으로 상처 입은 사람들은 그 상흔을 치유하기 위해 각자 슬픔의 진원지를 향해 느린 발걸음을 옮긴다.
미약한 서로의 도움을 받아 진실을 똑바로 응시하고 수긍하면서, 삶의 밑바닥에 이르러 비로소 작은 애도에 도달하는 <애니>의 소설들은 한없이 길을 걷는 순례자의 여정을 닮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