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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고 싶지만 도무지 멈출 수 없는 당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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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라는 말이 유행했습니다. 원래 의도는 그게 아니었겠지만, 마치 치열하게 일하고 성과를 거둔 사람에게만 휴식을 누릴 자격이 생기는 것 같았죠. 요즘은 ‘갓생’이라는 표현이 자주 보입니다. 허투루 쓰는 시간 없이 생산적인 일과로 채워진 갓생을 사는 이들에게는 휴식조차 운동이나 여행, 자기 계발 같은 하나의 일정처럼 느껴집니다. 약속 하나 없이 집에 틀어박혀 한 시간째 OTT에서 뭘 볼지 고민만 하거나, 멍하니 유튜브를 틀어놓고 있는 건 왠지 ‘제대로’ 된 휴식이 아닌 것만 같습니다. 휴식 시간조차 수동적으로 보내면 안 된다는 생각에 SNS에 접속하면 사람들이 멋진 곳에서 알차게 보낸 순간들이 타임라인에 빼곡 전시되어 있습니다. 타인의 휴식을 영상으로, 사진으로, 글로 구경하다 보면 문득 외치고 싶습니다. 다 귀찮고 쉬고 싶다, 격렬하게 쉬고 싶다…. 그런데 말입니다, 과연 쉰다는 게 뭘까요?

한 가지 주제에 대한 여러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어스라이크는 여름 휴가철을 맞아 ‘휴식’이라는 키워드에 집중해보았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콘텐츠 업계 종사자, 기획자와 창작자에게 휴식이란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바쁘다 바빠’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그렇겠지만, 특히 일과 휴식의 경계가 모호한 우리는 언제 일하고, 언제 어떻게 쉴까요? 워라밸이라는 거, 도대체 이번 생에 가능은 한 걸까요?

먼저 낮에는 회사 일, 저녁엔 작가로서 글 쓰는 일을 하며 나머지 시간은 가사와 돌봄노동을 하느라 도무지 휴식을 끼워 넣을 틈이 없어 보이는 한수희 작가의 일상을 들여다봅니다. (원고를 쓰느라) 휴식이라는 주제를 난생처음으로 골똘히 생각하다 그는 자신이 놀라울 정도로 질서와 체계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누군가에겐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가 자유일지 모르나 자신은 뭔가를 할 때, 특히 생계와 무관하게 기쁨을 위해 궁리하고 실행할 때 자유를 느낀다는 걸요. 그런 한수희 작가에게 휴식이란 정원을 가꾸듯, 보기에 고상하거나 실익이 있지 않더라도 내 마음과 일상을 공들여 돌보고, 내가 원하는 뭔가를 계속해나가는 것이었습니다.
17년 차 출판 편집자이자 28일 차 신입 프리워커에게 휴식은 어떤 의미일까요. 무려 202개월간 쉬지 않고 국민연금을 납부해온 김보희 작가는 최근 마지막 회사를 그만두며 자신을 ‘독립한 에디터’로 명명합니다. 두 번의 번아웃을 겪으며 그가 찾아낸 자신만의 처방전은 우선 서울에서 떨어진 소도시나 섬으로 가서 자신이 ‘우주의 먼지’임을 상기하는 것이었죠. 그러나 무작정 걷고 또 걸으며 깨달은 결론은 결국 휴식을 방해하는 게 외부적인 요소가 아닌, 나 자신의 조급함이라는 것. 그렇게 천천히, 나라는 사람의 지도부터 그려보기로 결심합니다.
2021년을 갭이어로 보냈다는 김진영 작가 역시 불안 때문에 쉬면서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고 고백하며, 번아웃으로 인한 비자발적인 휴식기를 겪고서야 비로소 알게 된 진정한 휴식의 의미와 노하우를 소개합니다. 그는 ‘스위치를 끄는’ 두 가지 활동으로 운동과 목공을 추천하며, 특히 쉬려고 시작한 취미에서조차 처음에는 속도를 내느라 무리하고, 조바심이 났다고 털어놓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직접 내 몸의 속도를 조절하고, 작은 성취를 맛볼 수 있어 무엇보다 좋은 멈춤의 시간이 되고 있다고요.
회사원으로 살던 중 《젊은 ADHD의 슬픔》으로 주목받으며 화려하게 등장한 정지음 작가는 어떨까요. 회사를 그만두고선 마스크 안에서 히죽히죽 웃느라 잇몸이 마른다는 그는 조금은 남다른 휴식의 기준을 특유의 문체로 경쾌하고 자유롭게 풀어냅니다. 그리고 퇴사 후 알게 된 타인에의 친절과 배려, 높은 도덕성이 가진 우아함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건 대단한 경지에 올라야만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라, 그저 약간의 물리적 여유와 휴식에 대한 태도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그러니 이제 너무 애쓰지 말고, 쉬는 것에 죄책감 대신 오히려 자부심을 느껴도 좋다고 말이지요.
마지막으로 복길 작가의 글 도입부 역시 불안으로 시작합니다. 모두가 자기 일에서 성과를 내고, 퇴근 후에는 자기 계발로 바쁘며, 일에 모든 에너지를 쏟는 한편 틈틈이 잘 쉬기도 하는 것 같아 ‘잘 쉬는 사람이 일도 잘하는 거야’라는 말이 마치 족쇄 같았다고요. 그렇게 그가 들려주는 화성과 무주, 강릉과 부산을 종횡무진 오가는 여행 이야기를 정신없이 따라가다 번뜩 정신을 차려보니 이곳은 병원의 응급실. 대체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다섯 작가의 글을 읽다 보면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휴식의 정의가 각기 다르고, 아무것도 안 해야 한다거나 오히려 뭔가를 해야만 한다는 등 휴식을 보는 관점도 노하우도 다양했지만 결국은 다들 자연스레 ‘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이죠. 모두 휴식의 대척점에 일을 놓으면서도, 그 일을 계속 잘해나가기 위해 휴식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합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지속하고, 더 잘하고 싶어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사람들. 결국 고민의 끝은 과연 내가 삶에서 얼마나 확신과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가의 문제로 이어졌습니다. 뻔한 결론이지만 스스로 결정하고,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면 사실 어디서, 얼마나, 어떻게 쉬는가는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닐지 모릅니다. 여러분에게 휴식은 어떤 의미인가요? 다들, 잘 쉬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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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published July 20,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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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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